어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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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1.

어느 아침

ಇ 진단 「잠든 그를 괴롭혀보자」 11.11.2019

ಇ 미래시점, 동거하는 연인 미도노아

 



   아침. 안쪽 방에서 울려오는 알람은 몇 분 째 울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다, 이제 세 번째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를 울리고 있었다. 슬슬 일어나지 않으면 늦을텐데…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끗 본 미도리는 읽던 책을 내려두고 경쾌한 멜로디가 울리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어두운 방의 안쪽에서 미도리는 창을 덮은 커튼을 젖혔다. 아침 햇살이 배게에 고개를 묻고 잠든 얼굴을 비스듬히 스친다. 커튼을 적당히 고정시킨 후, 그는 침대 맡에 앉아 폭신한 이불에 덮힌 가슴께를 가볍게 토닥이며 아직 새근새근 규칙적인 숨을 뱉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노아, 일어날 시간이야. 알람이 벌써 세 번이나 울리고 있어. 
  자느라 헝클어진 앞머리가 동그란 이마를 간질여서인지, 그게 아니면 밤새 무거운 눈꺼풀이 마련한 어둠에 익숙해졌던 눈이 방을 환히 비추는 오전 11시의 햇살에 적응하고 있는건지, 노아의 분홍색 눈동자는 도통 그 모습을 드러낼 줄 몰랐다. 으음, 하는 소리와 함께 꿈질거리기만 하는 눈썹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미도리는 끈기있게 노아를 깨웠다. 
  알람의 노래가 막바지에 도달하자, 노아는 그제야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밤새 뒤척였는지 평소보다 더 곱슬곱슬한 머리를 등 뒤로 늘어뜨린 채 팔을 위로 쭈욱 뻗는 모습이 고양이같다고 미도리는 생각했다. 그가 기다리던 분홍빛 눈은 기지개가 하품까지 이어지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시 사라졌다. 

“…? 노아?”

  갑자기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가린 노아가 이불 속에서 무어라 중얼거린다. 꽤나 작은 목소리가 솜이불에 묻혀 더 작게 들려서, 미도리는 조금 고개를 숙여 귀를 기울였다.

“… 가까워요… 아, 위험했다…”
“뭐가?”
“그으, 아침부터 너무 잘생긴 얼굴을 봐버리니까…”

  잠기운이 온전히 가시지 못한 목소리가 움츠러드는 이불과 함께 점점 작아져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 의미를 추측한 미도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연인은 아침마다 더 귀여운 말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촉, 촉. 이불을 꼭 쥔 노아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귀엽게도 그 손마저 이불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제 정말 일어나야 해.”
“후우, 알았어요… 오늘도 고마워요.”
“별 말씀을. 나와서 아침 먹어.”

  겨우 다시 드러난 얼굴이 사랑스러워서, 미도리는 따끈한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일어섰다. 아, 정말… 뒤에서 다시 돌려오는 푸념을 콧노래로 무시하며, 그는 이제 능숙하게 만들 줄 알게 된 계란 후라이를 위한 계란이 몇 개 남아있었는지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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